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대학신문방송국

HIGHHANBAT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여론

[505호] (기자의 눈) 학생생활관 운영의 맹점에 관하여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425 등록일2020-03-16

기숙사 입사가 불허되었다. 우리 학교의 기숙사 선발 1순위는 직선거리가 먼 거주자이다. 본가가 경기도인 나는 기숙사를 신청할 당시만 해도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대전과 경기도는 꽤 먼 거리이고, 실제로도 교내 기숙사 학생 중에서도 멀리 거주하는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일했던 탓일까? 기숙사 발표 당일, 나는 내 학번을 기입하고는 합격자 명단에 없다는 문장을 마주했다. 그때 나는 내 불행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하며 절망에 빠져있을 때 신문사 식구들이 기숙사에는 추가모집이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곧바로 기숙사에 전화를 해보았고 몇 분의 기다림 끝에 전화 연결을 받았다. 기숙사 측은 5일 후에 기숙사비 미납부 인원을 추려, 그 인원만큼 충원 인원을 공지할 예정이니 공지를 기다린 후 재신청을 하라고 안내해주었다. 기숙사 재신청을 하는 날이 밝았고, 어김없이 발표날도 다가왔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씁쓸한 결과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더 공황 상태에 빠졌으나 최대한 이성적으로 방안을 생각해보았다. 1차 안은 통학이었다. 경기도에서 대전까지 가는 첫차가 630분에 있고, 그 차를 타면 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 840분쯤 도착한다. 그럼 9시 수업에 아슬아슬하게 도착이 가능하다. 그리고 야간수업만 없다면 하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3개월을 경기도와 대전을 왕복하게 되면 나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이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 왕복 버스비용이 3만 원 정도이기에 한 달에 80만 원 정도가 오롯이 버스비에만 들고, 시간도 왕복 6시간을 이동 시간에 써버리게 된다. 더구나 버스가 없는 시간에 수업이 있거나 중간 공강이 생기면 많은 시간이 붕 뜨게 되어 여러모로 비효율의 끝판왕인 방안이었다.

2차 안은 자취였다. 직방, 다방과 같은 방을 구하는 앱을 깔고 학교 주변 원룸의 시세를 알아보았다. 싼 곳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 30만 원 정도의 매물이 있었고, 비싼 곳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호가하는 매물도 있었다. 시간 관리 부분에서는 통학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지만 대학생인 신분으로 매달 40만 원가량을 지출해야 한다는 부분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순수하게 월세로만 40만 원의 고정비용이 생기고 추가로 식비를 생각한다면 매달 50만 원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이다. 지출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평소 학기 중에 건강관리를 위해 지속하던 운동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후 고정 지출을 줄이고자 한다면 당연히 식비에서 줄이게 될 것이고, 음식의 질이 떨어지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거기에 안보 문제까지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내가 이번에 기숙사에 떨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1학기에는 1학년은 무조건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단 부분을 간과했다. 또한 등본 조작을 통한 속임수에 대해 관리가 소홀하다는 부분이다. 실제 학교에 다니다 보면 몇몇 학생들이 대전에 살고 있지만, 등본조작을 통해 기숙사에 거주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부분은 실질적으로 멀리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숙사의 목적은 멀리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1학년 수용으로 대전에 거주하는 학생들마저 기숙사를 이용하게 되면, 기숙사를 꼭 이용해야 하는 학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기숙사의 본 목적을 상실한다. 그리고 등본조작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확실히 관리해야 한다. 가까이서 거주하는 학생들이 등본조작을 하는 경우를 수용하다 보니, 오히려 그 학생보다 멀리 살던 학생들이 불합격하게 된다. 결국 거리가 먼 학생들도 더 먼 곳으로 등본을 조작하게 되고 점차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기숙사 자리 경쟁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차적으로 1학년의 의무 수용은 회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상의 예시를 들어보자. 과연 대전에 거주하는 1학년 학생과 강원도에 거주하는 4학년 중에 누가 더 기숙사가 절실할까? 학교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학생은 기숙사에서 떨어지더라도 통학이라는 변수가 있다. 물론 몸은 고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멀리 사는 학생들은 선택지에 자취만 존재한다. 새내기 메리트에 초점을 맞추다 목적을 상실해버리면 안 된다. 만약 1학년이라는 혜택을 주고 싶다면, 무조건적인 수용에서 벗어나 선택적 수용으로 바뀌되 더 관대한 기준을 잡아주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학교는 현재 목련화동 옆에 운영하지 않는 건물이 있다. 리모델링을 한다는 이야기만 돌 뿐, 실제 진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가장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기숙사를 증축해서 수용인원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보호자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들일수록 더더욱 학교가 책임지고 학생들의 보호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기숙사에 살게 되면 돈, 시간, 건강 걱정에 대해서 벗어나게 된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넉넉하게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많은 범주의 부담을 떨쳐내고 보호받을 수 있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학생 생활관 방면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복지에 힘써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글 윤정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