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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상대적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해 공개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차단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출시 한 달 만에 한국에서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가 경쟁력 척도가 된 AI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AI 산업 육성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AI를 전략적 우선순위이자 국가적 목표로, AI 개발과 인프라에 대한 집중 투자, 다양한 부문의 AI 통합,중앙 집중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빅테크의 최첨단 AI 칩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이는 최신 AI 기술 활용에 제약이 됐지만,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AI 기술자립에 집중하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자국 내 혁신을 가속하는 동기가 됐다.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 제조 투자를 늘리고, 미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대체기술 공급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주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미국의 폐쇄적인 모델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통해 후발 주자들이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가 쏘아 올린 공
중국에서 개발된 AI인 딥시크 R1이충격을 줬던 이유는 ‘저비용·고효율’이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R1의 기반이 된 V3 모델의 기술보고서를 통해 비교적 저사양인 GPU(그래픽처리장치) H800을 2천 대 사용해 V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ChatGPT-4o에 최고 사양 GPU인 H100이 1만여 개가사용된 것과 비교해 고효율 모델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켜 AI 기술주에 대한 투자 거품 논란을 촉발했다. 나스닥 지수는 하루 만에 3.07% 폭락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1.46% 하락했다. 특히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하루 동안 5,89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관련 업체인 브로드컴과 오라클도 각각 18.15%와 13.39%의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각국의 ‘딥시크 금지령’
기술력에 큰 관심을 받은 딥시크는 초창기부터 우려를 받았던 보안 문제에 발이 걸렸다. 중국 내 서버에 데이터가 보관된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며 한국, 미국, 이탈리아, 대만, 호주 등각국에 '딥시크 금지령'이 내려졌다.
감독 체계가 중앙 집중형으로 이루어진 중국은 정부 직속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을 통해 모든 온라인플랫폼의 데이터 처리 활동을 직접 감시하고, 중요 데이터의 국내 저장을 의무화한다. 딥시크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딥시크가 사용자 정보를 중국 소셜미디어(SNS)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시 처리 방침이 미흡한 사실을 밝혔다.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사용이 중지되다 앱 마켓에서도 사라졌다. 결국, 딥시크 측은 2월 17일 자발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딥시크가 AI 모델 학습을 위해 수집된 데이터는 ▲이용자이름·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 ▲인터넷IP 주소 ▲고유 장치 식별자 ▲키보드입력 패턴 등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권 침해’… AI 학습의 꼬리표
딥시크뿐 아니라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AI의 개발과 운영 과정에 개인정보권 침해 문제는 항상 제기돼 왔다.
특히 많은 이용자의 사용 정보가 쌓여있는 SNS에서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수집되기도 한다.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X(구 트위터)도 지난해 7월부터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이용자가 거부할 수도 있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한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SNS 기업에 자신의 데이터 사용을 허용하게 된다.
한편, 국내 AI 경쟁력 제고를 위해정부는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2월 20일, 제3차 국가AI위원회에서 발표된 범정부 AI 추진 전략 중에는 개인정보 활용 특례를 마련해 범죄 예방 등 공익적 AI 개발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법 처리 근거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딥시크 서비스 중단 조치가 딥시크뿐 아니라 AI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진행되는 개인정보 수집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생존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개발 경쟁이 과열되면서 반대로 안전한 AI에 대한 조치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이 강력한 기술의 규제와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 김예지 기자